자유게시판

<교양-논술>동아리 만들고자 합니다.

박규현 0 1,326 2010.05.04 15:35
교양-논술 동아리 취지



  안녕하세요. 새롭게 <교양-논술 동아리>를 만들게 된 박규현이라고 합니다. 간단히 모임 성격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교양’이라는 말이 워낙 넓게 쓰이는 말인지라, 내용 규정이 필요할 듯합니다. 사전적으로 교양이라는 말은 ‘누구나 알아야 할 보편 지식’ 정도로 통용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누구나 알아야 할 지식이란 게 있을까요? 있다면 어떤 이유로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정의는 그야말로 시대마다 다릅니다. 중세 서양에서는 신의 계시가 그 역할을 했을 것이고 전근대 동양에서는 공자님 말씀이 그 역할을 했겠지요. 근현대 사회에서는 이성과 시장의 논리가 이를 대신하고 있구요. 그래서 사전 정의가 중요한 게 아니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보편 지식을 주체적으로 설정하는 게 더 나을 듯합니다.

  저에게는 그 보편 지식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원리적 이해’인 듯합니다. 너무 넓은 규정인가요? 어쩌면 모든 宗敎(궁극적 가르침)가 추구했던바 역시 이와 같을 겁니다. 그런데 말 뜻이 중요한 게 아니고 이걸 왜 공부하고 어디다 써먹느냐가 더 중요하겠죠. 인간과 자연과 세계가 무엇이며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는 근본적인 삶의 의미, 가치를 따지는 문제고 이 문제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우리 인생은 어쩔 수 없이 사회구조가 짜놓은 프로그래밍에서 별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갈겁니다. 더구나 인생에서 무엇이 핵심이고 무엇이 부수적인가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판단의 선후 본말이 모두 오리무중이겠죠.

  나의 희로애락은 어디서 오는지, 피할 수 없는 생로병사의 의미는 무엇이고 그것이 내 눈 앞에 펼쳐질 때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째서 인간은 선한 본성을 타고났다고 말하면서 이다지도 잔인하고 폭력적이어서 지금도 앞으로도 스스로 만든 지옥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그 과잉된 갈등과 경쟁의 악순환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 그리 추상적인 얘기들이 아니더라도 어떻게 나의 삶은 평안(안락이나 안전은 아닙니다)할 수 있는지, 저는 이런 것들이 우리 인생의 근본 문제라고 봅니다. 우리가 ‘경전’ 혹은 ‘고전’이라고 부르는 모든 인류 사유의 흔적들이 다 이 문제들에 천착한 것들 아니던가요? 이 문제들에 대해 정리된 생각이 없다면 인간이 무슨 기술을 손에 넣고 어떤 능력의 신장을 가지든 종래 자기 발등을 스스로 찍는 어리석음을 면치 못할 겁니다.

  물론, 무슨 많은 책을 읽어야만 이런 문제에 대한 지혜가 생기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범인인 우리로서는 책이나 텍스트를 매개 삼아 생각의 출발점으로 이용할 수는 있겠지요. 학교에서 배운 습관화되고 축적된 지식들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말 할 수 없고 오히려 주어진 사태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색안경만 되지요.

  제가 대단한 능력이 있어 이런 문제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다만 어려운 주제더라도 함께, 편안하게 접근해보는 노력을 시작하려 합니다. 더구나 생협 활동을 열심히 하시는 여러분들은 그 자체로 이미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일들을 삶으로 실천하시는 분들이니 오히려 제가 배울 것이 더 많을겁니다. 단지 ‘배운 도둑질’이 책 읽고 글 쓰는 일이어서 그 부분에 한해서는 좀 도움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뒤에 ‘논술’이라는 토를 단 이유는 제가 논술 선생이라서입니다. 16년 정도를 가르쳐 왔습니다. 대입의 논술 문제 자체가 인성, 가치관 평가를 겸하고 방대한 인문, 사회 과학 전영역을 아우른 문제들이 출제되곤 합니다. 또 교수들의 관심과 문제의식의 흐름들이 투명하게 반영됩니다. 그래서 논술 문제 자체도 우리가 다루려하는 교양 수업의 좋은 텍스트가 될 수 있습니다.
  꼭 생협 내부 수업 외에도 자녀 교육 문제로 논술에 관심 있을 분들도 있으리라 봅니다. 부모와의 대화만큼 좋은 교육이 없음은 물론이고, 그런 관심 있는 분들에게도 두루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부모가 공부하기 좋아하고, 늘 공부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와 그 공부 얘기를 마음 열고 소통한다면 그것도 아름다운 모습 아니겠습니까?

  어떤 텍스트로 어떤 방향으로 진행할지는 첫 모임에서 의견을 구하고자 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특별히 영역을 가리지는 않습니다. 검증된 경전, 고전이라면 무엇부터 시작해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커리큐럼을 고정시켜 놓기보다 참가하시는 분들의 의견이 먼저라고 생각해서 우선은 무정형으로 만나뵙고자 합니다. 모쪼록 많은 분들 관심있기 바랍니다.

  제 카페는 네이버에서 ‘솔빈학당’을 검색하시면 됩니다. 학생들 가르치는 커리큐럼은 거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회원 가입을 하시면 제 최근 글들도 보실 수 있으니 판단하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 첫 모임날 만나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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