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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신성식대표 인터뷰 기사

사무국 0 412 2011.08.04 10:24
오마이뉴스-신성식대표님 인터뷰 기사

"쇼핑이 투표보다 중요하다" [e사람] 신성식 아이쿱 생활협동조합 경영대표

<"우리는 (물건을) 시장(市場)에서 사지 않아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또렷했다. 막거리 잔이 몇 순배가 돌았다. 그래도 거침없다. 어투 역시 직설적이다. 신성식(47) 아이쿱(icoop) 소비자생활협동조합 경영대표다. 아이쿱 생협은 지난 1997년에 만들어진 국내 대표적인 소비자협동조합이다.

생협은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일종의 공동체다. 아이쿱 생협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조합원 수만 전국적으로 14만여명에 달한다. 철저히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직거래를 통해,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이른바 윤리적 소비다.

지난 21일 신 대표와의 만남은 밤 늦도록 이어졌다. 올해로 생협에 뛰어든 지 20여년째인 그는 솔직했다. 고민거리도 여전하다고 했다. 외식사업 진출했다가 실패한 이야기부터, 3년째 동결된 자신의 연봉도 서스럼없이 공개했다.

그는 "참 쉽지 않았고, 힘들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에도 신 대표가 맡고있는 아이쿱 생협은 그동안 승승장구해 왔다. 경제위기와 물가불안은 오히려 기회가 됐다.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더욱 커졌다. 아이쿱 생협의 매출도 덩달아 올랐다. 작년 말 기준으로 2600억원에 달한다. 이마트 등 대형 재벌 유통기업과는 차이가 있지만, 협동조합치고는 상당한 수준이다.

<그의 발칙한 도전들...코카콜라, 초코파이에 시비걸기>

이날 그와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는 서울 양천구 목동의 자연드림 매장. 자연드림(nature dream)은 아이쿱 생협이 운영하는 유통브랜드다. 작년 말까지 전국에 102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이곳에선 각종 친환경 채소부터 과일, 육류, 음료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대형마트의 먹거리는 다 들어있다.

그와 매장을 둘러보다가, 거의 텅빈 과일 매장 한켠에 놓인 바나나가 눈에 띄었다. 국내산 바나나였다.

- 색깔이 녹색인데, 아직 익지 않아서 그런가요.

"(바나나를 들어보이며) 그렇죠. 수입산처럼 (색깔을 내기위해) 별도의 가공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이죠. 숙성이 되기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하죠."

바나나는 제주도 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고 생산하고 있다. 물론 친환경 재배를 통해서다. 일반 시중 수입산과 비교해 보면, 맛 등에서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철저히 소량 계약생산을 하다보니, 물건을 가져다 놓는대로 팔린다. 다른 과일이나 채소 등도 마찬가지다.

그가 기자에게 콜라를 건넸다. 생협 콜라였다. 신 대표는 한 마디로 "코카콜라에 시비 걸기"라고 했다. 갑자기 과거 한때 8·15 콜라가 생각났다. 애국심 마케팅이라는 논란 속에, 코카콜라와의 경쟁했지만 얼마가지 못했다. 생협 콜라 맛을 봤다.

- 우리가 먹던 콜라 맛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르기도하고.

"(웃으면서) 먹어볼수록 전혀 다를 거예요. (캔에 적혀있는 첨가물 표시를 보며) 천연과일 농축액이 많이 들어있죠? 콜라도 이렇게 다르게 만들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 시비걸기 제품이 또 있나요.

" 많아요. 여기 초코파이도 있고..."

<값이 시장에서 결정된다고? 또 다른 길을 걷다>

이름이 초코크림파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초코파이와 여러모로 다르다. 무농약 밀가루부터 계란, 분유, 소금 등이 모두 국산이다. 게다가 설탕이나 팜유 등도 유기농이다. 초콜릿 등은 공정무역을 통해 들여온 것들이다. 대신 먹을때 주의사항이 있다. 그의 말이다.

"우리 초코파이는 경화유를 쓰지 않아요. 그래서 일반 온도에서 초콜릿이 쉽게 녹아요. 먹을 때도 포장지로 싸서 먹어야죠."

먹어보니, 맛도 좋다. 아이쿱 생협은 생산시설을 따로 두지 않고, 전주의 한 업체에 맡겼다. 신 대표는 "그 업체는 시중 초코파이도 함께 위탁받아 만든다"면서 "국산 유기농 재료에, 경화유를 쓰면 안 된다고 하니까 처음엔 (초코파이를) 못 만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매장 다른 한켠에 있는 빵도 마찬가지. 이곳 역시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업체에 대한 시비걸기다. 물론 밀가루 등은 철저히 우리밀을 쓰고, 각종 재료 역시 국산 유기농이다. 빵 값은 파리바게트 등과 별반 차이도 없다. 그는 "우리밀을 써가면서, 시중의 빵들과 비슷한 모양새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식빵 등 거의 모든 제품에서 기술이 쌓이면서 맛과 영양 뿐 아니라 상품성까지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이들 생협 제품들은 최근 물가 폭등때 더 관심을 끈다. 과거 배추 1포기 값이 1만원에 육박할때, 아이쿱 매장에선 예전처럼 1포기에 1500원씩 팔았다. 해당 농가와 이미 철저히 계약생산체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매장을 나와, 서울 홍대 앞 유기농 막걸리 집에 마주앉았다. 이야기는 계속됐다. 신 대표는 "우리는 시장에서 물건을 사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가 매일 접하고, 매겨지는 물건의 값어치와는 사뭇 다르다.

- 매장 제품들의 값이 그럼 어떻게 매겨지나요.

"값이 시장에서 결정되는게 아녜요.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결정되죠."

- 생산과정에서 결정된다.

"(끄덕이며) 생협의 존재 이유죠. 우리는 소비자가 원하는 값을 주면서도, 동시에 농민의 소득도 보장해야합니다. 일반적인 시장경제 시각을 보면 가능하겠냐 싶죠. 이해도 쉽지 않고…."

<"쇼핑이 투표보다 중요하다">

- 소비자는 아무래도 좋은 제품을 값싸게 사려고 할것이고, 생산자는 좀더 많이 받으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죠.

"솔직히 농민과 소비자의 현실적 요구를 100% 수용하긴 어려워요. 가격 문제 등은 지금도 논쟁 중이기도 하고…. 시행착오를 겪었죠. 지금은 가격안정기금, 탄력가격제도 등 여러 방안이 시행 중이예요."

신 대표가 책임지고, 결정하는 제품 값만 수천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요즘처럼 시중 물가가 크게 올라도 생협 매장에선 이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이런 경제상황이 기회가 되고 있다. 혹시나 해서 물었다.

- 생협 매장에서 물건 값을 1%만 올려도 매출이 크게 오를텐데요.

"(웃으면서) 그럴수 있죠. 1000원짜리 물건을 1010원으로 올린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은 별로 못 느끼겠죠. 우리 작년 매출이 2600억원 정도니, (1%만 올려도) 26억원이 더 들어오겠죠."

그는 웃으면서 "나도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인데, 그런 유혹이 없었겠느냐"라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생협의 존재 이유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곤 소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의 말을 옮겨본다.

"협동조합 활동이 소비 뿐 아니라 생산이나 신용(금융) 등 많이 있지요. 하지만 그 바탕은 소비가 기본이예요. 친환경유기농산물처럼 식품안전과 농업보호라는 사익과 공익에서 서로 도움이 돼야 합니다."

신 대표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소비가 윤리적 소비"라고 했다. 이어 "윤리적 소비 활동이 커지면, 윤리적 생산이 촉진되고, 확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있을 총선과 대선 등 정치적인 환경 등을 언급하면서, "윤리적 소비, 즉 쇼핑만 잘해도 사회를 얼마든지 변화시킬수 있다"면서 "그래서 (쇼핑이) 투표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늘 그래왔듯이 요즘도 바쁘다. 아이쿱 생협의 두번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충북 괴산에 1000억원을 투자해, 친환경유기식품클러스터를 건설 중이다. 아이쿱 생협의 올해 매출목표가 3000억원 정도를 생각하면, 통큰 투자임에 분명하다.

신 대표는 "당초 수도권의 물류센터 부지를 물색하다, 비싼 땅값에 대안을 고민했었다"면서 "물류센터 주변에 제조업체와 관련 시설이 집결하면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생협 클러스터는 단순한 제조업체만 들어서는 것이 아니다. 친환경과수단지 이외, 조합원의 실버타운과 중고등학교 등까지 들어서게 된다. 계획대로라면 사실상 미니신도시급이다. 단지 안의 전기 상당량은 태양광을 이용하고, 공단 안에선 자전거와 전기자동차가 다닌다. 소비자들이 제품 제조과정을 직접 체험할수 있는 그린투어도 있다.

신 대표는 "생협 클러스터는 그동안 전혀 시도되지 않았던 방식"이라며 "의지만 갖고 되는 사업도 아니라, 생협과 제조업체, 농민 등 참여자들 사이의 서로 깊은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그 역시 사람에 대한 고민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낙관적이다. 역사는 꿈꾸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한다. 신 대표는 지금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출처 : "쇼핑이 투표보다 중요하다" - 오마이뉴스
원문보기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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