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습지연구회"겨리"봉하 반딧불이조사 워크샵 개최

반딧불이, 여름밤을 날다
가로등이 없는 마을길을 따라 한 무리 사람들이 느릿느릿 걷고 있다.
수풀 속에서 연초록빛 불빛이 깜빡인다.
잽싼 손놀림에 낚인 것은 늦반딧불이 한 마리.
사람들의 환호성 속에서
저 편 언덕에서 환한 빛이 된 반딧불이 한 마리 유유히 날아가고 있다.
그지없이 평화로운 늦여름 밤이다.

논습지연구회가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경남봉하마을에서 하반기 워크숍을 열었다. 경남권역 논습지연구회 위원들이(창원, 김해, 해운대생협) 매월 조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시범논이 있는 곳이다. 이번 워크숍은 상임위원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며, 11개 조합 18명의 위원들과 아이들이 참가했다.


<시범논>



<식물 채집>


<식물 분류와 조사 결과>

월례 회의로 시작된 워크숍에서 김해생협 논습지위원들은 어린이 논학교 행사 시연을 펼쳐 모두에게 즐겁고 신나는 시간을 선물했다. 이어서 노무현대통령 생가 및 묘역 둘러본 후 논으로 이동하여 논둑 식물조사를 시작했다. 팀을 나누어 논둑을 천천히 거닐면서 눈에 띄는 모든 식물들을 채집한 후에 꽃 색깔에 따라 분류한다. 이름을 확인하여 적고, 약용과 식용, 염색 등 용도를 기록하는 식물조사 과정은 협동 작업이며 동시에 식물을 공부하는 시간이 됐다. 또한 전국 7개 시범논에서 몇 년 째 조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논습지연구회 위원들의 식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저녁 식사 후 모두가 기대하는 반딧불이 체험이 있었다. 봉하마을에서 논조사 활동과 논 체험행사를 진행하는 논세상 임점향씨는 "봉하마을에서는 친환경 농업으로 전환하고 난 후 반딧불이가 무리를 지어 나타나고 있다"며 "작년의 경우는 셀 수 없이 많은 반딧불이 무리가 날아가는 장관을 목격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반딧불이 체험은 낙동강하구에코센터의 김현우 강사의 안내로 진행됐다. 올 여름 내렸던 비의 영향인지 많은 무리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참가자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반딧불이 비행을 목격했다. 또한 채집해 온 반딧불이 성충과 애벌레를 관찰하면서 이어진 재밌는 생태이야기는 봉하마을의 여름밤이 깊어가는 것을 잊게 만들기도 했다.


<봉화마을 전경>


<봉화산 정상에서 한컷>

다음 날 봉하마을의 중심에 위치한 봉화산 산책과 노무현 전대통령이 퇴임 후 1년 동안 직접 쓰레기를 치워가면서 조성했다는 화포천습지길 자전거타기로 전체 행사를 마무리했다.



논습지연구회 활동은 우리 삶에서 다양한 공익적인 기능을 하고 있는 아시아의 중요한 습지인 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활동이다. 또한 새로운 농사법을 시도하는 생산자들에 대한 응원과 우리농업에 대한 지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협동의 힘으로 만드는 농업과 농촌마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활동이다.



친환경 농업으로 돌아온 반딧불이를 보면서 논습지연구회 위원들은 조사활동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기는 기회를 가졌다. 꽃샘추위가 심술부리는 봄날부터 뜨거운 여름 열기 속과 따가운 가을볕 아래서 해왔던 활동은 논만이 아니라 생물다양성을 높여내고, 자연을 회복시켜서 이를 바라보는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소중한 실천이 되고 있다.

글_권미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