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아이쿱에서는 매달 조합원에게 독립영화를 상영한다.
아이쿱에서 공동체상영의 일환으로 많은 독립영화들을 각 지역조합에서 상영해 오고 있다. 개봉의 기회조차 잡지못한 여러 다양성 영화들을 상영하고 조합원들에게 폭 넗은 영화 관람의 기회를 주고 있다.
독립영화는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일부러 찾아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나도 해운대 아이쿱 팝업 시네마가 개봉할 때마다 제목과 영화포스터를 보고 발걸음을 돌린적이 많다.
아자스토리를 보던 중, 12월 팝업시네마 제목을 보았더니 <B급며느리>. 제목부터 심상치 않기에 포스터를 검색해 보았다, 그래 이번에는 꼭 보자!!!! 아니 보고싶다!!!!
해운대 아이쿱 영화관 입장을 하고 좌석에 앉기전에 커피 한잔을 준비하였는데 그사이 이사님들은 영화볼 때 꼭 필요한 간식까지 준비해 두셨다. 극장같이 화면, 음향시설이 완벽하게 갖춘 곳은 아니지만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기에 좋은 장소였다.
<B급며느리>는 감독의 어머니와 부인 “진영”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이다. 대한민국 며느리들이 짊어져 온 모든 억압과 착취에 맞서겠다는 자신을 b급이라 칭하는 진영과 진영을 c도 아닌 f등급이라는 시어머니. 두여자 사이에서 괴로워 하는 자신. 그의 고민을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감독은 자신의 불행을 팔아먹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다큐는 자신을 갈아 넣은 ‘에밀레 다큐’ 이며 ‘독립영화판 사랑과 전쟁’이라 했다. 영화를 다보고 나니 감독이 그렇게 말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남의 집 싸움 구경을 조용히 지켜 보고 온 느낌이었지만 포스터처럼 유쾌하지는 않았다.
내 나이는 40대다. 그래서 그런지 시어머니도 이해가 되고 며느리도 이해가 되었다. 중립입장이 되는 나이가 된걸까? 명절 때 가지 않았다고 웃고 이야기하는 진영과 며느리 없이 아들만 있는 시댁은 우울 그차제였다. 시어머니는 끝내 울었다. 하지만 해맑게 웃고 있었던 며느리도 속상하긴 마찬가지였다. 결혼 전 인생이 너무 행복하고 집에서 A등급이였던 진영은 고부갈등으로 지쳐가고 몸과 마음이 병들었다. 시어머니도 시아버지와 결혼전에는 수줍음 많고 잘 웃는 아내였다고 한다.
여자는 며느리에서 시어머니가 된다. 개성 강한 며느리를 시어머니는 다른 며느리와 똑같이 보면 평생 맘에 들지 않을 것이고, ‘진영’도 며느리의 임무중 시아버지 생신을 가장 중요한 날로 생각해야 한다는 가부장제를 살아오신 시어머니를 이해하며 최대한 맞춰가야 한다. 서로를 이해하며 서로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사이다 같은 발언으로 혁명을 하고 나온 며느리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모두에게 현명한 선택을 한것같았다. 영화 앤딩에 나오는 산울림의 “지나간 이야기” 노래가 여운을 남기며 자막이 올라갔다.
산울림 <지나간 이야기>
조명이 켜지자 예상했던 대로 논쟁이 시작되었다. 100분토론을 방불케 했다. 시어머니 입장을 이해하는 목소리가 대다수였지만 개성강한 며느리 ‘진영’을 이해하기는 영화를 본 직후에는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가부장적인 가족 문화에서 흔하다면 흔히 볼 수 있는 두 여성의 갈등이기에 누가 잘못한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조금씩 이해해준다면 어떨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 선정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많은 조합원들이 함께 할수 있도록 해야겠어요
공부 많이 하고 머리 좋은 그 진영의 입장도 이해가 되구요.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어요. 보고는 머리가 좀 아프고, 고구마를 삼킨 것처럼 답답했네요.